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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되는 감정 패턴에서 벗어나는 법 – 페마 초드론의 ‘도약’ 연습

조이~* 2025. 4. 11. 12:58

낡은 습관과 두려움에서 벗어나기 – 페마 초드론의 Taking the Leap

우리는 누구나 반복되는 습관과 두려움 속에서 살아갑니다. 같은 감정 패턴에 빠지고, 후회하는 말이나 행동을 반복하면서 ‘왜 또 그랬을까?’ 자책하게 되지요. 이 반복의 고리를 끊고자 할 때, 우리는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요? 무엇이 우리를 진정으로 자유롭게 만들 수 있을까요?

티벳 불교의 스승이자 세계적인 마음챙김 지도자인 페마 초드론(Pema Chödrön)은 그녀의 책 Taking the Leap: Freeing Ourselves from Old Habits and Fears(2010)를 통해 그 해답을 아주 따뜻하고도 실질적인 언어로 들려줍니다.


습관적 반응에서 자유로워지기

페마 초드론은 우리가 ‘슴(Shem, Tibetan: shenpa)’이라 부르는, 감정적으로 반응하게 만드는 내면의 끌림과 붙잡힘을 반복하며 고통을 만들어낸다고 말합니다.

Shenpa is the urge – the hook – that triggers our habitual response.
슴파는 우리를 습관적인 반응으로 이끄는 ‘후크’입니다.”

 

쉽게 말해, '슴파'는 누군가의 말이나 상황이 우리의 감정 버튼을 누를 때, 그 반응에 바로 휩쓸려가는 경향성을 의미합니다.  누군가가 나를 비난했을 때, 그 순간 울컥 화가 나는 것—그 반응은 자동적이고 익숙한 것입니다. 이 책은 바로 그 순간, 감정의 후크에 걸려드는 대신 *'잠시 멈추어 바라볼 수 있는 용기'*에 대해 말합니다.

즉, “지금 나는 화가 나고 있어”라고 알아차리고, 그 즉시 반응하지 않고 잠시 숨을 들이쉬며 그 감정을 지켜보는 것—이 짧은 틈이 우리를 더 이상 익숙한 고통의 반복으로 끌려가지 않도록 해주는 출발점입니다.


알아차림의 순간이 변화의 시작

The only time we ever have to be in the present moment is right now.
우리가 ‘지금 이 순간’에 머무를 수 있는 시간은 바로 지금뿐입니다.

 

페마 초드론은 우리가 알아차림의 순간을 기를 때, 습관적인 반응에서 벗어나는 문이 열린다고 말합니다. 쉽게 말해, 어떤 자극이 주어졌을 때 바로 반응하지 않고 '잠깐 멈추는 틈'을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누군가의 말에 서운함이 올라올 때, 평소 같으면 바로 말로 맞서거나 속으로 분노를 키웠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 순간 잠시 숨을 들이쉬고 “아, 지금 서운함이 올라오고 있어”라고 인식하는 것만으로도 상황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런 *작은 틈(gap)*은 자동 반응을 멈추고 우리가 의식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자유를 만들어냅니다. 그리고 그 자유가 변화의 시작이 됩니다.


우리 모두가 가지고 있는 용기

If we learn to open our hearts, anyone, including the people who drive us crazy, can be our teacher.
마음을 여는 법을 배운다면, 우리를 미치게 하는 사람조차 우리의 스승이 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일상에서 종종 우리를 불편하게 하거나 화나게 만드는 사람들을 만나게 됩니다. 그럴 때 대부분은 그 사람을 피하거나, 마음속으로 비난하거나, 강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 책은 그 반응을 멈추고, 그 상황을 통해 우리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로 삼으라고 제안합니다.

 

이 책은 단순한 자기계발서가 아닙니다. 자비와 용기의 훈련서입니다. 불안, 분노, 외로움 같은 감정이 올라올 때 그것을 피하려 하지 않고, 오히려 그 자리에 머무르며 그 감정을 그대로 느끼는 연습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처음엔 어렵게 느껴질 수 있지만, 이런 감정에 진심으로 머물 줄 알게 되면 점점 더 단단하고, 넉넉하고, 따뜻한 마음으로 성장해 나갈 수 있습니다.


실천을 위한 조언: ‘3단계 접근’

페마 초드론은 감정적으로 휘말리지 않고, 더 지혜롭고 평온하게 반응할 수 있는 아주 실용적인 방법을 제시합니다. 바로 세 단계로 이루어진 간단한 접근법입니다:

  1. 알아차리기 (Recognize)
    감정이 올라오는 바로 그 순간을 인식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갑자기 짜증이 올라온다거나 불안해지는 순간을 "아, 지금 짜증이 올라오고 있구나" 하고 알아차리는 거예요.

  2. 멈추기 (Refrain)
    평소처럼 바로 말하거나 행동하기 전에 잠시 멈추는 것입니다. 반사적으로 반응하지 않고, 몇 초 동안 깊게 숨을 쉬며 여유를 갖는 것이 핵심입니다.

  3. 열기 (Relax and Open)
    감정을 억누르거나 피하지 않고, 판단 없이 그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태도를 말합니다. 이때 마음을 부드럽게 유지하며, 그 감정을 적대시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세 가지 단계는 간단해 보이지만 실제로 해보면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자주 연습하면 할수록 우리의 반응 습관은 서서히 변화하며, 더 평화롭고 유연한 삶을 만들어갈 수 있습니다.


일상 속에서 ‘점프’하기

책 제목의 ‘Taking the Leap(도약하기)’는 단순히 과감한 결단이나 변화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도약은 두려움이나 불편함이 느껴지는 순간에 도망치지 않고, 그 자리에 머무르며 자신을 지켜보는 용기를 뜻합니다.

 

이런 도약은 거창하지 않아도 됩니다. 아주 일상적인 순간에도 가능하죠.  낯선 사람과 대화할 때 불편함이 밀려오더라도 그 자리를 회피하지 않고, 그 감정을 느끼면서도 가만히 숨을 쉬는 것—그 자체가 이미 내면의 도약입니다.

We can meet life as it is. We can be fully present.
우리는 삶을 있는 그대로 맞이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온전히 지금 이 자리에 존재할 수 있습니다.

 

이 문장은 우리가 삶을 억지로 바꾸거나 제어하려 하지 않고, 지금 이 순간을 받아들이고 함께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평범한 순간을 회피하지 않고 살아낸다는 것 자체가 깊은 마음챙김의 실천입니다.

오늘도 반복되는 감정에 휘말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순간, 단 한 번의 호흡이라도 멈추어 바라본다면, 우리는 이미 그 익숙한 패턴에서 한 걸음 벗어난 것입니다.


함께 실천해봐요

  • 감정이 올라오는 순간, 3초간 멈춰서 숨을 쉬어보세요. 왜냐하면 이 짧은 멈춤이 자동적인 반응을 멈추고 의식적인 선택을 가능하게 합니다.
  • 그 감정에 이름을 붙여보세요: “아, 지금은 불안이구나.” 감정을 명확히 인식하는 것만으로도 그것에 휘둘릴 가능성은 줄어듭니다.
  • 반응하기 전에 자신에게 물어보세요: “지금 정말 필요한 말이나 행동일까?” 이 질문은 행동에 대한 주의 깊은 선택을 가능하게 합니다.

Nothing ever goes away until it has taught us what we need to know.
우리가 배워야 할 것을 알려주기 전까지, 아무것도 사라지지 않는다.
The most fundamental aggression to ourselves, the most fundamental harm we can do to ourselves, is to remain ignorant by not having the courage and the respect to look at ourselves honestly and gently.
우리 자신에게 가장 근본적인 해악은, 스스로를 정직하고 부드럽게 바라보는 용기를 내지 않는 무지다.

 

이 책은 무엇보다 삶을 더 부드럽고 자유롭게 살아가고자 하는 모든 사람에게 큰 선물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