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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준비한다는 것: 페마 초드론이 말하는 진정한 삶의 연습

조이~* 2025. 4. 7. 12:27

 

2023년 10월에 출간된 파마 초드론(Pema Chödrön)의 신작 How We Live Is How We Die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줄이고 삶을 진실하게 살아가는 수행의 길을 제시합니다. 『지금 이대로 좋다』, 『끝이 아닌 시작』 등으로 잘 알려진 그녀는 이번 책에서 ‘죽음’이라는 주제를 통해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되짚습니다.


죽음은 삶의 반대가 아니다

Death is not the opposite of life, but a part of it.
죽음은 삶의 반대가 아니라, 삶의 일부다.

 

파마 초드론은 삶과 죽음을 하나의 흐름으로 봅니다. 우리가 삶의 고통, 상실, 불확실성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마주하느냐에 따라 죽음을 맞이하는 방식도 달라진다고 말합니다. 이 책은 단순한 죽음 준비서가 아니라, 매일의 삶을 명상적으로 바라보고, 작은 ‘죽음들’—즉 이별, 변화, 상실, 감정의 소멸—을 통해 궁극적인 죽음을 연습하게 해줍니다.


자아의 환상을 들여다보는 시선

We can come to see that what we call the self is not a solid, unchanging entity.
우리가 '나'라고 부르는 것은 단단하고 변하지 않는 실체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책의 핵심적인 불교적 개념 중 하나는 ‘오온(五蘊, skandhas)’입니다. 이는 우리가 ‘자아’라고 여기는 것이 실제로는 다섯 가지 요소—형상, 감각, 인식, 형성, 의식—로 이루어진 구성체일 뿐이라는 가르침입니다.

 

우리는 이 다섯 요소를 끊임없이 붙잡고 동일시하려 하지만, 이 책은 그러한 집착이 어떻게 고통을 낳고, 궁극적인 평온으로부터 우리를 멀어지게 하는지를 설명합니다.


두려운 것을 피하지 마라

Only by learning to stay with uneasiness can we relax with the groundlessness of our situation.
불편함과 함께 머무르는 법을 배울 때에야 우리는 삶의 불확실성 위에서 편안해질 수 있습니다.

 

이 책의 가장 강력한 메시지 중 하나는 두려움을 피하지 않고, 그 속으로 들어가는 용기입니다. 파마 초드론은 우리가 죽음뿐 아니라 삶의 고통스러운 경험들을 회피하려 할수록 고통은 더 커지고 지속된다고 말합니다. 반면, 고통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바라볼 수 있다면 그 안에 자유가 있다는 것입니다.

We don’t prepare for death in order to die. We prepare in order to live fully.
우리는 죽기 위해 죽음을 준비하는 것이 아닙니다. 완전하고 깨어 있는 삶을 살기 위해 죽음을 준비하는 것입니다.


일상의 '작은 죽음'을 통해 배우는 삶

Every time we let go, every time we open, every time we soften—we die a little bit.
우리가 놓아주고, 마음을 열고, 부드러워질 때마다 우리는 조금씩 죽습니다.

 

우리가 겪는 이별, 실패, 변화, 나이듦 같은 경험들 역시 일종의 ‘작은 죽음’이라고 표현합니다. 그녀는 이 작은 죽음들을 통해 ‘놓아주는 연습’을 하라고 조언합니다. 아무리 작은 감정이든 고집이든, 붙잡으려는 마음을 알아차리고 놓아줄 수 있다면 우리는 죽음을 마주할 때도 훨씬 평온하게 죽음을 맞이할 수 있습니다.


마음의 안정과 자비

책은 구체적인 수행 방법도 함께 제시합니다. 통렝 명상(tonglen meditation)—고통을 들이마시고 자비를 내쉬는 명상—은 타인의 고통을 공감하고 연결감을 키우는 실천으로 소개됩니다. 이는 죽음의 고립감을 덜어주고, 생명과 생명 사이의 경계를 허무는 데 도움이 됩니다.

 

통렝 명상의 기본적인 수행 단계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자리에 앉아 마음을 가라앉히기: 조용한 장소에 앉아 몇 차례 깊은 숨을 쉬며 현재 순간에 집중합니다.
  2. 고통을 들이마시기 (들이쉬는 숨): 들숨과 함께 누군가의 고통, 슬픔, 분노, 두려움 등을 마음속으로 받아들입니다. 검은 연기처럼 상상해도 좋습니다.
  3. 자비를 내쉬기 (내쉬는 숨): 날숨과 함께 따뜻함, 사랑, 치유, 평화를 보내줍니다. 밝은 빛이나 따스한 기운으로 상상할 수 있습니다.
  4. 대상을 확장하기: 처음에는 한 사람 혹은 자기 자신에게 집중하고, 이후 가족, 지역 사회, 전 인류로 확장합니다.
  5. 마무리: 명상을 마치며 자비와 연민의 마음을 지닌 채 조용히 눈을 뜨고 일상으로 돌아옵니다.

이러한 통렝 수행은 자기중심적인 사고를 부드럽게 풀어내고, 타인의 고통에 민감하고 연민 어린 마음을 키우는 데 효과적입니다..  


삶의 바른 방식은 죽음의 바른 방식이다

How we live is how we die.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이 곧 우리가 죽는 방식이다.

 

이 말은 우리가 일상에서 어떤 태도와 마음으로 살아가는지가 결국 죽음을 맞이하는 방식에도 그대로 반영된다는 의미입니다. 삶 속에서 순간순간을 회피하지 않고 온전히 살아낸 사람은 죽음도 담담하게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반면, 고통과 불확실성을 외면하고 도망쳐온 삶은 죽음 앞에서도 두려움과 혼란을 키우게 됩니다.

 

따라서 삶에서 마음챙김, 자비, 유연함, 받아들임을 실천하는 것은 단지 지금 이 순간을 위한 것이 아니라, 결국 죽음을 두려움 없이 마주하기 위한 가장 깊은 준비가 됩니다. 우리가 삶을 어떻게 살아가느냐가 곧 우리의 마지막 순간, 죽음의 질을 결정짓는다는 통찰입니다.


『How We Live Is How We Die』는 죽음이라는 궁극적인 주제를 통해 삶을 더 깊고 아름답게 살아가도록 도와주는 책입니다. 죽음을 준비한다는 것은 결국 지금 이 순간을 진정성 있게 살아가는 훈련이라는 것을 파마 초드론은 부드럽고도 강력한 목소리로 전합니다.

 

삶과 죽음 사이에 놓인 당신의 오늘이, 조금 더 다정하고 평화로워지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