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리이타自利利他, 나와 세상을 함께 이롭게 하는 길
대승불교는 궁극적으로 자리이타(自利利他), 즉 자신도 이롭고 남도 이로운 삶을 지향합니다. 마치 촛불 하나가 다른 촛불을 밝히면서도 자신은 여전히 빛을 잃지 않는 것처럼, 나의 행복과 타인의 행복은 함께 이루어질 수 있다는 믿음입니다. 즉, 자신을 이롭게 하고 남도 이롭게 하는 삶을 이상으로 삼습니다. 이는 단순한 자기계발이나 이타주의가 아니라,
- 스스로의 괴로움을 벗어나고(이고득락 離苦得樂),
- 남의 괴로움을 덜어주며(발고여락 拔苦與樂)
- 함께 행복을 이루는 길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 길을 걸을 수 있을까요? 바로 우리의 본래 모습을 회복하고, 거기서부터 삶을 다시 시작하는 ‘리셋 5단계’를 통해 가능합니다.
1단계: 몸과 마음은 '아바타'일 뿐이다 – 대면관찰법
우리의 고통은 '이 몸과 마음이 곧 나라고 착각하며 그것에 집착하는 상태'에서 시작됩니다. 우리는 생각, 감정, 외모, 성취 등이 '진짜 나'라고 믿고 거기에 얽매이기 때문에 괴로움을 겪게 됩니다. 그래서 먼저 내 몸과 마음을 ‘아바타’처럼 관찰하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하루에 단 1분이라도, 눈을 감고 현재 느껴지는 감정이나 몸의 감각을 '이건 내 것이 아니다'라는 전제로 바라보는 것부터 시작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판단하지 않고, 그저 바라보는 태도입니다.
- 몸이 아플 때도, 감정이 요동칠 때도, 그것을 '내 것'으로 동일시하지 않고 ‘닉네임’을 붙이며 관찰합니다.
- 예: 분노가 올 때 – ‘화산이’ 등장했네, 불안할 때 – ‘쫄보’가 왔구나 등
- 마치 거울을 보듯, 영화처럼 바라보며 자신을 관찰합니다.
이것이 대면관찰법이며, 팔정도의 핵심 실천이기도 합니다. 팔정도는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한 여덟 가지 수행법으로, 그 중 '정념(正念)'과 '정정진(正精進)'은 마음을 바르게 바라보고 지속적으로 관찰하는 데 중점을 둡니다. 대면관찰법은 이러한 수행의 실제적 방법 중 하나입니다. 이는 현대 심리치료인 '마음챙김 기반 인지치료(MBCT)'에서도 활용되며, 자신을 감정이나 생각과 동일시하지 않고 ‘관찰자 시점’에서 바라보는 태도가 정서 조절에 효과적이라는 연구가 있습니다.
2단계: 관찰자가 진짜 나다
몸은 늙고 병들고, 마음은 흔들리지만 괜찮습니다. 그건 아바타일 뿐이고, 진짜 나는 그걸 바라보는 관찰자이기 때문입니다.
- 실패해도 괜찮습니다. 성공해도 별 것 아닙니다.
- 괴로움도, 기쁨도, 일어났다 사라지는 현상일 뿐입니다.
이 단계에서 우리는 진짜 나, 흔들리지 않는 존재를 알아차립니다. 이는 불교의 '무아(無我)' 사상뿐 아니라 현대 영성가들, 예를 들어 에크하르트 톨레나 마이클 싱어의 가르침에서도 공통적으로 강조되는 핵심 개념입니다.
3단계: 진짜 나는 즐겁다
내가 아바타가 아닌 ‘관찰자’라는 사실을 깨달으면, 자연스럽게 기쁨이 솟아납니다.
- 오랜 착각에서 벗어난 해방감
-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듯한 가벼움
그래서 웃음이 터지고, 마음이 평화로워집니다. 마치 갑갑한 방에서 환기가 되는 순간처럼, 답답했던 가슴이 탁 트이고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는 느낌입니다. 어떤 이는 눈물이 핑 돌고, 어떤 이는 그냥 미소가 지어지기도 합니다. 이러한 체험은 긍정심리학에서 말하는 '자기초월(self-transcendence)'과도 연결되며, 삶의 의미와 깊은 기쁨을 느끼게 하는 핵심 요소로 작용합니다.
4단계: 나는 본래 크고 밝고 충만하다
‘마하반야바라밀’은 크고(Maha), 밝고(Prajna), 충만한(Paramita) 지혜를 말합니다. 앞선 단계들에서 고통을 바라보고, 관찰자의 시선으로 자각하며 기쁨을 체험했다면, 이제는 그 모든 과정이 통합되어 존재 자체가 본래부터 크고 밝고 충만했다는 것을 깊이 깨닫는 단계입니다. 이 지혜는 혼란과 어둠을 걷어내고, 존재의 본질을 꿰뚫어 보는 힘이기에 수행자에게 길잡이가 되는 핵심 개념입니다. 이 지혜는 혼란과 어둠을 걷어내고, 존재의 본질을 꿰뚫어 보는 힘이기에 수행자에게 길잡이가 되는 핵심 개념입니다. 그것이 바로 나의 본래 모습입니다.
- 나는 본래 크고 밝고 충만한 존재입니다.
- 지금 이 순간에도 크고 밝고 충만합니다.
- 어떤 상황에서도 그 본질은 변하지 않습니다.
이것이 진정한 자기 회복이자 존재의 충만함 체험입니다.
5단계: 충만함을 세상에 나눈다
이제 나 혼자만이 아니라 모든 존재의 행복과 평화를 위해 기도하게 됩니다.
- 내가 사랑하는 이가 건강하고 행복하기를
- 내가 미워하는 이도 고통 없이 평안하기를
- 지금 이 자리에 있는 모든 생명들이 크고 밝고 충만하기를.
실제로 자비 명상(loving-kindness meditation)은 뇌의 공감 관련 영역을 활성화하고 긍정 정서를 증진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과학적 연구에서도 심리적 안정과 사회적 연결감을 높이는 데 효과적임이 밝혀졌습니다.
온 우주가 내 집이고, 모든 생명이 내 가족입니다.
자리이타(自利利他) 의 길을 걷는다는 것
‘리셋 5단계’는 단순한 마음챙김이나 명상이 아닙니다. 일반적인 명상은 스트레스를 완화하거나 일시적인 평화를 얻기 위한 도구로 여겨질 수 있지만, 리셋 5단계는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통찰을 통해 삶의 전반적인 태도와 방향을 바꾸는 전인적 실천입니다.
이는 단순한 휴식이나 이완이 아니라, 자아에 대한 오해를 걷어내고 본래의 자기를 회복하는 변화의 과정입니다. 일반적인 명상은 스트레스를 완화하거나 일시적인 평화를 얻기 위한 도구로 여겨질 수 있지만, 리셋 5단계는 존재의 본질을 회복하고 삶의 방향을 근본적으로 전환시키는 실천입니다. 본래의 나를 회복하고, 그 충만함을 세상에 나누는 보살의 길입니다.
결국 우리는 모두 이고득락하고, 발고여락하여, 함께 깨어나고 함께 자유로워지기를...